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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1월] 매몰비용과 심리학

매몰비용과 심리학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조영탁

 

 

  흔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라고 한다. 보통은 한번 주어진 일을 시작하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자는 좋은 뜻이지만, 이러한 말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망이 없어 보이는데도 그 동안 쏟아 부은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에 계속 붙들고 있는 경우라면 이는 분명 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때로는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동안 함께 지낸 세월이나 투자한 노력들, 또는 추억 때문에 관계를 놓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말하는 ‘정 때문에’ 인 셈이다.

 

  경제학에는 ‘매몰비용(sunk cost)’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선택을 번복하더라도 이미 지출된 비용 가운데 회수될 수 없는 만큼의 금액을 일컫는 말로, 일종의 엎질러진 물과 같다. 흔히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미 투입한 비용이나 노력이 아까워서 계속해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상황을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졌다’고 한다. 사실 매몰비용을 대하는 현명한 처신은 잊는 것뿐인데, 실제로 경제 주체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매몰비용을 고려하는 것은 금물이다. 허나 많은 사람들이 매몰비용에 ‘매몰’되어 불합리한 선택을 지속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실제로 인간에게는 돈이나 노력, 시간 등의 재화를 일단 투입하면 그 행동을 지속하려는 강한 성향이 있다. 일종의 경제학적 인지 부조화 이론인 셈이다. 매몰비용에 관해 심도 있게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할 아크스(Hal R. Arkes)는 1985년 그의 저서인 ‘매몰비용의 심리학’에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매몰비용 문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개인적인 결정을 내릴 때 절반 이상에서 매몰 비용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훗날 아크스는 ‘매몰비용과 콩코드 효과’라는 후속 저서에서 매몰비용에 연연하는 모습이 인간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하등동물들은 매몰비용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쉽게 내린다는 것이다. 아크스는 그 원인으로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낭비했다고 보여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기본적으로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매몰비용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 – 매몰비용을 무시하는 것 – 은 어렵다. 자존심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허나 자존심이 지나치면 꼭 필요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마련이다. 연구에 따르면 주식투자에 있어 초보 투자자일수록 손실이 발생했을 때 마냥 기다리다가 더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대로 ‘숙련된’ 투자자들은 투자에 있어서 본인의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놓친 물고기가 더 커 보인다’는 옛 속담에서 알 수 있듯 매몰비용 문제는 오래 전부터 인간을 괴롭혀 왔다. 평범한 한 사람으로써 내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듯이, 때로는 그 동안 투자한 노력과 시간이 아깝더라도 눈 딱 감고 포기할 줄 아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들도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는 과거가 되게 마련이다. 혹시 나에게도 ‘매몰비용’에 사로잡혀 포기하지 못하고 집착하는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다가오는 새해에는 매몰비용에서 벗어나 어떤 것이 ‘나’를 위한 길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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