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그림자"를 이해해보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김인수

  "나는 왠지 모르게 저 사람이 정말 싫어". 세상을 살다보면, 불쾌하고 두려운 상황을 겪기 마련이다. 특히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 관계 안에서 그러한 경험들은 반복된다. 이러한 상황을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가장 처음 나타날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지만, 일시적으로 피해있다 하더라도 삶은 언젠가 다시 그러한 순간을 던져 준다. 따라서 위의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겠다.

 심리학적으로 "그림자"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의 자아는 아주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 개중 어떠한 것들은 의식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존재한다 (사회문화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다든지 등의 이유에 의해서). 예를 들어, 성적으로 방탕하게 굴고 싶은 내밀한 욕구라든가, 누구보다도 우월해보이고 싶은 유치한 갈망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한 욕구나 갈망도 나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을 억압하게 되는데, 억압된 자아의 부분들은 무의식으로 들어가 "그림자"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는 평소, 억압되어있지 않은 의식적 부분만 우리의 "자아"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실은 "그림자"라는 큰 부분도 우리를 구성하고 있다. 

  그림자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할 때, 우리는 주변 환경과의 끊임없는 소모적인 갈등, 오해, 반목에 시달려야 한다. 의식적 차원의 자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현실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우리가 실제로 처해 있는 "실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그림자를 올바로 인지 했을 때, 우리의 이해는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문장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왠지 모르게 저 사람이 정말 싫어". 정확히 말하자면, "정말 싫은" 것은 그 사람 전체라기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특징일 것이다. "너무 잘난체한다"든지, "윗사람에게만 잘하고 아랫사람한테는 함부로 한다"와 같은 구체적인 특징이 의식적 차원에서 파악한 그 사람이 싫은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차원의 이유가 있다. 실은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의 특징은, 내 안에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그림자"의 형태로-특징이다. 실은 "내 안의 잘난체하는 성향", "내 안의 아부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는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것을 부인하고 억압해버렸던 것이다. 그러한 성향을 우연한 기회에 타인에서 발견했을 때 우리는 강렬한 혐오를 느끼게 된다. 이를 "그림자의 투사"라고 부른다. 물론, 그 사람이 정말 심하게 잘난체를 하고, 얄밉게 아부를 하고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고 강렬한 혐오를 느끼는 것은 투사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그림자가 있는데, 어떤 사람은 앞에 똑같은 사람을 보고도 그가 자신의 그림자가 아니라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내 안에 설명되기 힘든 강렬한 무언가가 올라왔을 때 이에 일차원적으로 반응할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기회로 삼아볼 수 있겠다. 나의 그림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수록 인간관계는 불쾌하고 힘든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유쾌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